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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진영의 B컷] 권유리는 늘 슬쩍 진심을 주지

“제가 자꾸 뭘 재고 따지더라고요. 예전에 아무 것도 모를 때는 그런 거 없이 그냥 했는데. 그때가 그립다는 생각도 들죠.”2015년 영화 ‘SM타운 더 스테이지’에서 유리가 이런 말을 했다.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콘서트인 ‘SM타운 콘서트’의 비하인드와 소속 가수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 예쁘고 안전한 말만 해도 됐을 다큐멘터리에서 유리는 굳이 너무 커버린 자신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끄집어냈다.그 말이 왜 그렇게 마음에 남았는지 모른다. 월급 받고 일하는 삶에 익숙해지면서 공짜 일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랬는지, 전처럼 그저 선의로 무언가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졌다는 자각을 한 뒤라 그랬는지. 어쨌든 이룬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기분은 묘한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할 수 있었던 루키 시절을 그리워하는 유리의 말에 공감이 갔다.기자는 소녀시대와 동년배다. 소녀시대가 데뷔했을 때 대학교에 입학했고, 한창 ‘지’(Gee)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할 땐 대학로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지지지지~” 하며 노래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는 노래냐”는 친구에게 “몰라. 처음 듣는데 ‘지’밖에 안 해”라며 웃었다. 모든 게 잘될 것 같은, 별로 무서운 게 없던 시절이었다.일본을 점령한 소녀시대가 ‘오!’로 돌아왔을 때쯤 언론사에 입사했고, 2015년께엔 가요팀으로 배정을 받아 ‘파티’와 ‘라이언하트’의 성공을 지켜봤다. 소녀시대 5집 ‘라이언하트’는 TV 광고까지 릴리즈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앨범. 한 호텔에서 앨범 발매 전 행사도 떠들썩하게 했는데, 그때도 유리는 진짜를 이야기했다.멤버였던 제시카가 탈퇴하면서 소녀시대가 8인조가 된 상황이었다. 유리는 “실질적인 고충을 이야기하자면 멤버가 짝수가 됐다는 거다. 안무 대형을 짜는 건 홀수일 때가 더 유리하다”고 했다. 이를 들은 몇몇 멤버들은 “뭘 그런 구체적인 것까지 이야기하냐. 안 궁금해한다”며 웃었는데, 실은 진짜 궁금한 건 그런 것이다. 보다 화제성이 있을 내용을 기사화하는 게 관행이 되다 보니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그런 쪽에 치우쳐 이야기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그런 기술적인 애로사항 같은 것을 듣는 게 일을 할 때나 장차 깊이 있는 기사를 쓸 때도 도움이 되는 법이다. 최근 영화 ‘돌핀’ 개봉을 기념해 만났을 때도 유리는 진심을 슬쩍 꺼내놨다. 소녀시대로 눈부신 성취를 거뒀지만, 지금도 때때로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그. 유리는 “그럴 때마다 ‘아 맞다, 나 소녀시대지?’라고 생각한다. 소녀시대는 내 자부심”이라고 했다.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리는 ‘SM타운 더 스테이지’ 때보다 또 더 성장해왔다. 이룬 게 더 많아졌다. 유리는 “뭔가 시도를 해야 새로운 게 온다는 건 알지만 막상 시도를 할 땐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어제는 술 한 잔 마시면서 ‘그래, 인생 뭐 있어! 도전하자’ 하다가도 오늘은 ‘인생 뭐 있지. 천천히 신중하게 가야지. (이룬 것들이) 다 없어지면 어떡해’라며 주저하게 된다”는 속내를 덧붙였다. 여전히 젊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몸이 조금 무거운 나이 30대 중반. 그 시기를 같이 걷는 입장에서 또 한 번 크게 마음이 일렁였다. 그 찬란한 소녀시대도, 그 멤버도 결국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데서 오는 이상한 안도감. 고민하고 주저하고 그러다 도전하고, 후회도 하고 기뻐도 했다가 그 모든 걸 또 털어내면서 한세월 걸어나갈 배우이자 인간 권유리를 응원하고 싶어졌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3.11 05:30
연예일반

[정진영의 B컷] 스텔란 스카스가드, 아들 셋 다 배우로 키워낸 아빠의 ‘美친 말발’

이 정도 센스와 재치가 있어야 자식들이 모두 예술가가 되는가보다. 영화 ‘듄: 파트2’ 홍보를 위해 내한한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역대급 입담으로 내한 기자 간담회 현장을 쥐락펴락했다.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는 영화 ‘듄: 파트2’ 내한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감독 드니 빌뇌브, 배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오스틴 버틀러 등과 함께 자리해 영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첫 인사부터 “한국 음식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내한 일정이 3일밖에 안 돼 아쉽다면서 “시간이 없으니 여건이 될 때마다 음식을 입에 넣어야 한다”고 밝혀 현장에 웃음을 선사했다.특히 큰 웃음이 터진 건 그가 내한 당시 공항 이야기를 할 때였다. 이날 현장에 자리한 배우들은 저마다 이번 내한 때 자신들이 공항에서 팬들로부터 얼마나 큰 환대를 받았는지를 이야기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한국이 자신을 가장 크게 환대해주는 나라일 거라고 자신했고, 젠데이아는 “우리 엄마도 날 이렇게 반겨주진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오스틴 버틀러는 팬들이 보여준 직접 그린 그림 이야기를 해 감동을 안겼다.이 같은 이야기가 몇 번 오가자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사실 내가 도착했을 땐 공항이 텅 비어 있었다”고 털어놨다.스카스가드는 “내가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늦게 도착했다. 그래서인지 공항에 팬들이 없었다. 공항이 텅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좋은 핸들러 분들이 나를 잘 챙겨줬다. 그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이며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이날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는 한국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질문이 잘못해서 자신에게 오자 스카스가드는 “나는 한국 디자이너 의상을 입고 있진 않지만 행복하다”고 유연하게 답변, 베테랑의 여유를 제대로 보여줬다.스텔란 스카스가드는 1982년 영화 ‘천사의 분노, 복수의 천사’로 데뷔한 배우다. 슬하게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구스타프 스카스가드, 빌 스카스가드 등 3남을 두고 있으며 세 아들 모두 배우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21 15:14
연예일반

[정진영의 B컷] ‘도그데이즈’ 롯데·시티와 함께한 13년이 스쳐갔다

롯데는 소리를 지르면 달려온다. 얼마 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는데 어김없이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비명을 지른 보람도 없이 나오던 게 쏙 들어갔다. 그래도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걸 보니 웃음이 났다. 롯데는 올해로 13살이 된 우리집 강아지다.우리집엔 강아지가 하나 더 있다. 6개월령 정도에 입양한 시티다. 롯데랑 시티는 약 2개월차 동갑인데 서로 집착하지도, 싸우지도 않고 쿨하고 데면데면하게 잘지낸다. 아직 마음만은 정정한 두 개르신(개+어르신)들이지만, 이젠 몸이 한두군데씩 고장날 나이다. 롯데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안약을 세 개씩 넣고, 시티는 발치를 네 개 했다. 둘 다 고관절이 걱정이다.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된 롯데가 여기저기 쿵쿵 머리를 박을 때마다, 시티가 다리 어딘가를 잡으면 깨갱하고 아파할 때마다 슬슬 두 아이들과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에게 내년이 있을지, 다음 겨울이 있을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영화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마 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며 달라지는 하루하루를 경험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여기서 ‘특별한 단짝’이란 다름 아닌 강아지. 각자 다른 사정을 가진 이들이 반려견과 삶을 함께하는 과정은 특별한 드라마 없이도 큰 공감과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반려견이 없는 관객들도 잔잔히 재미있게 볼만한 작품이지만, ‘도그데이즈’는 반려견을 키웠거나 키우고 있는 이들에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어린 시절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강아지가 자신이 영끌해서 산 건물에 똥이나 싸는 귀찮은 존재로만 느껴지는 민상(유해진)부터 아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 반려견 완다와 둘이 지내지만, 이제는 자신의 인생 마지막을 생각해야 될 나이가 된 건축가 민서(윤여정), 동물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지닌 수의사 진영(김서형), 전 여자 친구의 강아지를 잠시 맡게 된 밴드 리더 현(이현우) 등. ‘도그데이즈’ 속 인물들이 겪는 소소한 일들과 이들이 하는 고민은 반려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했을법한 내용들이다.영화는 억지로 관객들을 울리지 않는다. 그냥 이들이 강아지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 그것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과정을 적절한 속도감으로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영화는 퍽 담백한데 이상하게 보다 보면 눈물이 터진다는 것이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겪어왔을 찬란한 순간들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함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가기 때문이다.강아지 둘과 함께 산다는 건 많은 걸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 집이 아니라 개집”이라는 말을 괜히 입에 달고 사는 게 아니다. 아끼는 피규어를 (바로 어제도) 박살을 내고, 가구 귀퉁이를 다 씹어 놓고, 새 쌀까지 뜯어서 기미를 한 뒤 그 여파로 2박 3일 쌀똥을 싸대는 걸 치워야 한다. 아파도 말을 하지 않으니 밤에 갑자기 열이 올라 병원으로 뛰어가거나 보험이 되지 않아 한 번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내야 하기도 한다. 첫 신용카드를 대학원 다닐 때 롯데 병원비를 대기 위해 만들었다. 애들 밥을 줘야 해서 밤늦게까지 놀거나 밖에서 자고 가는 건 불가능하다. 이렇듯 때로는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롯데와 시티. 하지만 그 둘을 만난 건 인생에서 더없는 축복이었다고 믿고, 다시 돌아가더라도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것일 뿐인데 매번 문 앞까지 달려와서 격하게 꼬리를 흔들어주고, 추울 땐 온기를 나눠주는 아이들. 새 애인을 데려오면 매번 살갑게 맞아주고, 그 연인과 헤어져 슬퍼할 때면 다가와 몸을 핥고 곁을 내준다. 그 덕에 춥고 외롭던 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롯데와 시티를 통해 다른 모든 동물을 사랑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강아지들과의 찬란한 시간을 되짚게 하는 ‘도그데이즈’는 오는 7일 개봉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무해한 웃음과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안길 것이라 자신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01 05:58
영화

[정진영의 B컷] “‘서울의 봄’ 전두광 머리 가발이었어요? 터졌다, 강혜원

그룹 아이즈원 출신 배우 강혜원이 엉뚱한 입담으로 웃음을 터뜨렸다.강혜원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 관련 인터뷰를 갖고 취재진과 만난다.강혜원은 이 자리에서 가수 활동에는 뜻이 없으며 앞으로 연기자로 대중과 만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연기자로서 자신의 강점으로는 공감과 수용을 꼽았다.그는 평소 다른 사람들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면서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고 밝혔는데. 베테랑 연기자들의 화려한 연기쇼가 돋보이는 만큼 눈길이 크게 갔던 배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자 강혜원이 꼽은 배우는 전두광 역의 황정민. “분장부터 임팩트 있지 않느냐”고 하자 강혜원은 “아, 그게 가발이었느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조용조용한 태도를 보였던 강혜원. 전두광 머리가 가발 분장이었다는 대목에서 유독 크게 웃어 이를 들은 기자들까지 웃음짓게 했다. “한국 기술이라고 한다. 약 3시간 걸려 분장을 했다고 한다”고 하자 강혜원은 “선배님이 머리를 자르고 연기하신 줄 알았다. 그만큼 자연스러워서 분장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며 놀라워했다.‘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최근 극장가에서 크게 흥행하고 있다.강혜원이 출연한 ‘소년시대’는 쿠팡플레이에서 만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15 18:28
연예일반

[정진영의 B컷] 아아 조진웅 선배님, 어찌 그리 초연하십니까

지난 일주일 이따금씩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한 이틀 정도는 악몽을 꿨다. 짧은 낮잠 자리까지 어수선했다. 지난 13일 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1세기 들어 한 번도 우승을 못 한 유일한, 아 한화가 있었지… 하여튼 그런 구단이 됐다.‘엘롯기’ 꼴찌 트리오라는 놀림을 함께 받았으면서 이렇게 롯데를 배신하고 가다니. 질투와 배신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롯데보다 한참 역사가 뒤진 신생팀들이 몇 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때도(롯데 팬들은 여전히 V3만을 목놓아 부르고 있건만) 이 정도로 외롭고 쓸쓸하진 않았다. 친구 LG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니 1994년 이후 우승 기록이 없던 LG트윈스가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그 날을 어떻게 태연히 보내겠는가. 그리고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예계 소문난 갈매기(롯데 자이언트 팬을 일컫는 말)인 배우 조진웅에게 근래의 심경을 어찌 묻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아무리 이 자리가 넷플릭스 새 영화 ‘독전2’ 공개에 따른 것이었더라도 말이다.영화 이야기를 다 하고 마지막 질문까지 마친 뒤 “개인적인 질문인데” 하며 급하게 한 마디를 더 던졌다. “LG트윈스가 우승을 하면서 롯데가 한화와 함께 21세기에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 한 팀으로 남게 됐는데 심경이 어떠십니까”라고. ‘놀리는 건가’ 생각할까봐 급하게 “저도 갈매깁니다”를 덧붙였다. 동병상련의 시선교환이 오갔다.“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너무 잦으면 그게 일상이 되거든요. 올해 같은 경우는 4~5월 롯데가 1위를 했는데요, 저는 그때도 ‘곧 제자리를 찾아가겠거니’ 했습니다. 정확하게 시즌을 8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절망도 일상이 되더군요.”항간에는 롯데가 이긴 다음 날엔 조진웅이 웃으면서 촬영장에 오고 진 날엔 저기압이 돼 온다는 말도 있다. 역시 오르락내리락하는 갈매기의 마음은 배우나 기자나 똑같은가보다.조진웅은 “지면 욕하고 이기면 덜 욕하고 그게 롯데와 갈매기 아니겠느냐”며 “20년 안에는 우승하겠지 하다가, 또 30년 안에는 우승하겠지 하다가 이제는 내가 죽기 전엔 한 번만 해줬으면 좋겠다 하고 있다”는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어찌 그리 초연하냐”는 기자에게 조진웅은 “원래 갈매기가 되고 한 15년 동안은 간이 안좋아지고 30년까지는 심장이 안좋아지고 그 이후부턴 그냥 초연해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승리의 기쁨에 취한 LG를 향해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철학적 한 마디를 남겼다. 역시 갈매기 선배님. 내공이 상당하시다. 내년부턴 심장을 조심해야겠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24 06:10
영화

[정진영의 B컷]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감을 못 먹는 걸 모른다

영화 ‘독친’에서 혜영(장서희)은 ‘딸 바보’다. 모범적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딸 유리(강안나). 혜영은 유리가 이 다음에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고 믿는다.어느 날 혜영은 딸에게 꽁치와 우유가 머리에 좋다며 먹기를 권하는데, 사실 유리에겐 알러지가 있는 식품들이다. 딸을 사랑하지만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모순. 혜영의 사랑은 어딘가 방향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독친’은 독이 되는 줄도 모르고 지독한 사랑을 주는 엄마 혜영이 딸 유리의 죽음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런 영화다. 독친이란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으로, 국내에선 생소한 단어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동아시아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간섭, 집착은 뭐 굳이 더 말 안 해도 유명하다. 영화 관련 인터뷰 자리에서 어떤 기자가 “어떻게 엄마가 자식이 어떤 알러지가 있는 줄도 모르느냐”고 하는 말을 듣고 번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지난 추석에도 손에 감을 들려 보냈다는 것을. 감을 못 먹는다는 걸 거의 40년째 이야기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흔히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고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건 오히려 자식 쪽이다. 세상의 규칙이나 기준 같은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어떻게 생겼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집안일을 얼마나 잘하든 관계없이 부모에게 사랑을 준다.부모의 사랑은 다르다. 무척 조건적이다. 사회의 규범을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부모의 입장상 그들의 사랑은 늘 이런 식으로 표출된다. “청소 잘해서 너무 예뻐”, “공부 잘해서 대견해”,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착한 아이지” 등등등. 예쁘고 대견하고 착하다고 하는 앞에는 자연스럽게 어떠한 조건이 붙는다. ‘독친’은 자식에게 독이 되는 사랑을 주는 부모의 이야기이자, 한편으론 그런 부모에게도 사랑을 주고 싶어하는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리가 자신을 감정적으로 너무 괴롭게 몰아붙인 엄마를 떠올리며 “나는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어. 사랑을 주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라고 하는 부분은 많은 관객들이 울컥하는 장면이다. 유리가 엄마 혜영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이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않은 그냥 순수한 무엇이었을 것이다.추석 때 받아온 감은 아직도 냉장고 안에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딱딱한 단감이다. “나 감 안 먹는다니까”라고 하자 엄마는 “홍시가 아니라 먹을 만할 거야”라고 했다. 오히려 홍시는 가끔 먹는데…. 못 먹는 감이 냉장고에서 죄책감으로 썩어간다. 사랑과 관심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렇게 제각기도 모양이 다를까. 지난 1개월 여 동안 그 감을 보며 이런 생각을 몇 번 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29 09:00
영화

[정진영의 B컷] 2008년 여름, 하여튼 김지운 감독은 화가 나 있었다

2008년의 여름을 기억한다. 군대에 간 남자 친구의 공백을 잊어 보겠다고 동아리 3개, 아르바이트 4개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에스프레소 한 잔이랑요…”“아, 저, 에스프레소는 안 되는데…”“에스프레소가 왜 안 돼요?”카페 사장의 가족은 양봉업을 했다. 가족에게 직접 조달받은 꿀을 베이스로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가게였다. 커피류는 가루를 타서 만드는 라떼와 수제로 내린 원두커피뿐이었다. 커피 음료를 만드는 베이스가 되는 원액 음료 에스프레소가 안 된다는 게 김지운 감독으로선 황당했겠지만,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기자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그 후로 이어진 대화에서 김지운 감독은 무척 격양돼 있었다. 아, 선후가 잘못됐는데, 처음엔 김지운 감독인지 알아보지 못 했고, 대화를 들으며 그 격양된 남성의 정체가 김지운 감독이었다는 걸 알아냈다고 해야겠다. 김지운 감독은 상대와 영화에 대한 어떤 잘못된 이해를 들은 듯 “도대체 누아르가 뭔지나 알고 하는 말이냐”며 소리를 높였다.“제가 뭐라고 했다고요? 그게 평상시의 저는 아니에요. 저는 욕 같은 것도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신작 ‘거미집’ 개봉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대학생 때 감독님 한 번 뵌 일이 있다”고 하자 이 같이 말했다. 약간 멋쩍은 웃음이 곁들여졌다.김지운 감독이 조용한 사람이라는 건 영화 기자로 일을 하며 몇 차례 들었던 바다. 아마도 2008년 그 여름날엔 그런 김 감독의 마음을 크게 흔든 일이 있었던가 보다. 감독과 마주보며 같이 웃었다.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의 주인공은 김열(송강호) 감독이다. 검열이 삼엄하던 1970년대, 결말만 조금 바꾸면 영화가 걸작이 되리라 믿는 김열 감독이 비협조적인 배우들과 현장 상황 속에서 촬영을 강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열 감독은 데뷔작 이후 평단으로부터 크게 인정 받은 작품이 없는 인물. 그는 “평론가들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만 되지 못 한 사람들”이라고 외친다. 어쩐지 2008년의 그날이 떠올랐다.“그 대사는 저의 복수죠. 평론가들에 대한 감독의 복수. (웃음)”그러면서도 김지운 감독은 평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고 평론에 대한 시각도 변했다. “이제는 평론이 필요한 시대”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요즘은 평론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여서요… 작품에 대한 평이 점점 소중하고 귀해지는, 그래서 더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론이 다시 한 번 힘을 받고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9.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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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B컷] 김혜수는 나이를 그냥 먹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일찍들 나오셨네요. 안녕하세요.”뒤에서 연거푸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 ‘밀수’ 개봉을 앞둔 어느 날. 인터뷰 첫 타임이 시작되기 20~30분 전에도 카페는 기자들로 북적였다. 소란스런 사이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김혜수가 있었다.아직 인터뷰 시작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은 상황. 여유롭게 도착한 그는 카페 안에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는 기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일찍부터 일하던 고단함이 다 사라질 것 같은 미소와 함께.“어떻게 하다 보니까 나이가 너무 많아졌잖아요. 늘 막내였는데 어느 순간 저보고 다 선배라고 하고. 지나가면 벌떡벌떡 일어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러면서 김혜수는 말했다. “나이는 숫자”라고. 그 나이가 된다고 해서 그 숫자에 맞는 어른이 되는 게 아니더라는 뜻이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배우로서의 나이만 벌써 37살. 실제 나이는 지천명을 넘겼다. 하늘이 자신을 세상에 낸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 김혜수는 하지만 나이를 먹고 경험치를 쌓는다고 만사에 통달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냥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우리보다 많은 걸 했고 나이도 더 들었으니까 더 잘 알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그러나 그날 아침 카페에서의 인사, 또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20여명 기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대답을 하던 태도는 확실히 김혜수는 무언가를 아는 ‘어른’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그 말을 김혜수에게까지 적용하면 섭섭할 것 같다.몇 년 전 선배에게 이런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점심 이후 인터뷰에 들어간 선배에게 “식사는 하셨느냐”고 물었다는 김혜수. “이제 끝나고 먹으려고 한다”고 하자 알겠다고 하고 계속 인터뷰가 진행됐다고 한다. 그런데 김혜수가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나설 때도 그 선배는 계속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이것을 김혜수가 목격했다. 그는 떡볶이를 사서 나눠 주며 “자기야, 밥을 먹고 일을 해야죠”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아무리 기자와 배우가 동종 업계에서 함께 숟가락을 얹고 사는 동료라 해도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나이를 먹으며 외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욱 좁아지고 옹졸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더욱 넉넉해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김혜수는 혼자 사는 박정민의 집에 식재료를 한아름 선물한 일화에 대해 “배우고 스태프고 잘 못 챙겨 먹는 걸 보면 안쓰럽다. 내 거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하면 되는 거니까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런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한 번을 만났든 여러 번 만났든 김혜수와 일을 같이 한 사람들은 늘 그 경험을 소중하게 이야기한다. 김혜수가 사랑으로 ‘밀수’의 권상사를 만들어줬다던 조인성, “우리 모두는 김혜수의 사랑 속에 있었다”던 염정아의 말처럼. 김혜수가 실제로 어떤 분야에서 통달의 경지에 올랐는지 어쩐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 김혜수는 사랑을 베푼다는 ‘천명’(天命)을 이미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제가 누군가의 좋은 걸 발견할 때가 좋아요. 그 사람 덕분에 제가 좋은 걸 본 것이고, 그건 저한테도 좋은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말해주고 싶은 거예요. ‘당신 이런 점이 참 좋다’고요. 표현이 많다고요? 세상엔 좋은 게 너무 많은 걸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8.0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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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B컷] CGV, 고객은 필요하지만 책임은 지기 싫어

오랜만에 간 극장은 어두웠다. 중학생 때부터 즐겨 갔던 CGV의 한 지점이었다. 코로나19를 한창 지나고 있던 시기였다. 관객은 물론 직원도 별로 보이지 않았고, 조명도 드문드문 꺼져 있었다. 상영관에 올라가려는데 에스컬레이터도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극장가가 힘들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던 때였다. ‘고객이 누려야 할 서비스를 줄이는 것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었지만, 모두 다 어려울 때니 서로 분담할 수 있는 고통은 분담하는 게 또 상생 아닌가. 좋게 마음먹기로 했다.그맘때쯤 CGV는 SVIP들에게 주는 선물을 무기한 연기했다. CGV의 VIP에는 모두 네 등급이 있는데, 가장 아래 등급이 VIP이고 이어 RVIP, VVIP, SVIP 순이다. 최고 등급인 SVIP까지 올라가려면 RVIP나 VVIP 단계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 돈뿐만 아니라 CGV의 VIP 고객으로 오랜 기간 충성도 있게 구매를 해야 SVIP까지 등급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오래 브랜드에 꾸준한 사랑을 보내는 고객들에게 CGV는 매년 다이어리나 무드등, 개인용 3D 안경 등 작은 선물을 제공해왔다.당시만 해도 12월에 회원 등급이 정해지고 1~2월엔 선물이 배송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해엔 미루고 미루다 결국 추석이 지나고서야 선물이 도착했다. 그것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고객과 나눈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것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관 가는 게 꺼려지던 시기에도 꾸준히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극장에 발생시켜준 고객과 말이다.그랬던 CGV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가장 먼저 한 게 티켓값 인상이었다. 작년 5월 이후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는 일제히 영화 관람료를 1000원씩 올렸고, 그 선두엔 CGV가 있었다. CGV는 3년 연속 영화 관람료 인상을 주도했다. 지난 수년간 지속해서 적자의 늪에 허덕여왔다는 게 그 이유였다.놀이문화가 부족한 국내에서 극장은 늘 문화생활의 중심이었다. 가족 나들이, 데이트 등 특별한 날의 많은 부분을 극장이 차지했다. 자연스레 극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했다. 코로나19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면서 그 주변 상인들 역시 매출 감소에 허덕여야 했다. 그렇다면 이들 상인들도 자신이 파는 커피의 값을, 음식의 가격을 3년 연속 1000원씩 올렸을까. 모두가 일제히 음식값을 그렇게 인상했다면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더구나 극장이 어려울 때만 관람료를 인상한 건 아니다. 이전에도 마블의 신작 등 관객들이 선호하는 블록버스터가 개봉할 때면 CGV를 비롯한 극장들은 티켓값을 올리곤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듯 관객들을 배려하지 않았던 극장이 정작 힘들 때는 그 고통을 관객과 나누겠다는 건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CGV는 주식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CJ CGV는 지난달 20일 57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CJ가 지분율에 따른 배정분 2800억 원 가운데 600억 원의 유상증자에만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CJ는 자신들이 100% 소유한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4500억 원 가치로 현물 출자해 CJ CGV의 지분을 취득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여기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대금 대부분은 채무상환에 쓰이게 된다. CJ CGV 주주 입장에선 경영실패로 생긴 부채 부담을 주주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부채상환 등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부실 경영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결국 주주에게 전가하며 기업과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CJ CGV 측에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CGV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CJ CGV의 주가는 9300원. 상장 이후 최저치다.일련의 일들에 대해 CGV 측은 일간스포츠에 “재무 구조 안정화를 기반으로 극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지속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 발굴을 통한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액 주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지극히 기업 중심적인 입장이 아니라 할 수 없다.엔데믹 이후 전쟁과 이로 인한 원료 수급 등의 문제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 두 사람이 영화 보고 팝콘만 먹어도 5만 원 돈이 훌쩍 나가게 되니 극장 나들이도 전처럼 만만하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줌 희망을 안고 주식에 돈을 맡긴 소액 주주들은 불안한 주식시장에 매일 울고 웃는다. 대중이 지금 CGV에게 원하는 게 정말 CGV가 펼치는 신사업과 그에 따른 새로운 경험일까. 20여년을 CGV의 VIP로 지낸 고객 1인으로서 이 상황에 더없는 회의감이 든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7.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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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B컷] 덕후의 ‘픽사 이론’ 핵심 정리

지난 14일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속 물 캐릭터 웨이드가 지난해 개봉했던 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웨이드가 등장한 건 우주비행사들이 음료, 스낵 등을 뽑아 먹는 자판기 안. 여기서 물의 이름이 ‘웨이드 워터’였다. 웨이드로 보이는 귀여운 캐릭터가 물병에 새겨져 있다.이는 픽사의 모든 세계관이 연결돼 있다는 ‘픽사 이론’의 또 다른 증거로 보인다. ‘픽사 이론’은 픽사 마니아인 작가 존 네그로니(Jon Negroni)가 쓴 책의 제목이다. ‘토이 스토리’ 이후 픽사의 모든 작품이 하나의 거대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이 이론에 따르면 ‘메리다와 마법의 숲’ 속 마녀가 처음으로 동물이나 사물이 사람처럼 움직이게끔 하는 마법을 부렸고, 이로 인해 사람처럼 사고하는 동물이 나오는 ‘라따뚜이’나 ‘니모를 찾아서’, ‘도리를 찾아서’, 사람 같은 사물이 주인공이 된 ‘토이 스토리’, ‘카’ 등이 나올 수 있었다. 실제 픽사는 작품들 사이사이 다양한 이스터에그를 삽입, 이 같은 이론에 힘을 싣고 있다. ‘토이 스토리’에서 한 장난감에 들어 있던 배터리 제조사인 ‘바이앤라지’(BNL)가 ‘월-E’에서 소비지향적인 문화로 지구를 초토화시킨 기업으로 등장한다거나 ‘토이 스토리’ 주인공 앤디의 방에 ‘업’의 할아버지 칼과 그의 아내 엘리가 보낸 엽서가 붙여져 있다든지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 마녀의 방에 ‘몬스터 주식회사’ 속 설리로 보이는 음각 그림이 있다든지 하는 식이다.‘엘리멘탈’과 ‘버즈 라이트이어’ 사이의 연결점까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픽사 덕후’들 사이에선 이스터에그 찾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이미 다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 하나 등장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게 바로 픽사 이스터에그의 맛이다. ‘버즈 라이트이어’와 ‘엘리멘탈’ 사이의 연결점이 확인됐으니, 이제 이들 사이에 어떤 역사가 있을지 덕후들은 추측하고 있다. 한편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등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만트 시티’를 배경으로 재치 있고 열정 넘치는 불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와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뒤 신작들에 밀렸다가 다시 박스오피스 2위로 역주행하며 선전하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6.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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